커피한잔 /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16-1 (사직동 1-43)
전화번호 02-722-7022
영업시간 12:00-21:00 (연중무휴)
인적이 많은 듯, 적은 듯
드문드문 사람들이 거니는 골목이 매력적인
경복궁 옆 작은 동네, 서촌
한국의 멋스러움과 현대의 모던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쉬러 밖을 나갈 때면, 서촌을 자주 들르곤 한다
서촌에는 내가 애정 하는 공간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는데
그중 인적이 드문 서촌 외곽의 한 골목에 위치한
요즘 시대의 공간이 아닌듯한 느낌이 드는
커피 한 잔을 이곳에 소개해보려 한다
서촌 커피한잔은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서촌 사직로를 지키고 있는 작고 오래된 카페다
근처에 맛있는 짜이와 커리, 공간의 멋스러움이 좋은
사직동그가게가 있어 묶어 다니는 편이다
커피한잔이 위치한 이 골목은
서촌 주요 골목들과는 살짝 거리감이 있어
아는 사람들만 거니는 한적한 골목이다
그래서 이 골목을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하면
거의 대부분은 커피한잔을 향해 걸어가는 편이다
서촌 커피한잔은 그간 지내온 세월의 흔적을
공간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다
칠이 벗겨진 나무문과, 그 위에 적힌 커피숍 영어글씨
모던함을 추구하는 일반 카페라면
관리가 엉망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커피한잔이기에 이런 요소는 설렘이 배가 된다
아직도 커피한잔 안에는
나의 과거, 그때 그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겨운 서촌 커피한잔의 내부 모습
삐걱대는 나무 바닥
공간 내부에 은은히 퍼지는 숯불향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커피 향
그리고 이 모든 걸 품는 낮은 조도의 빛
칠이 벗겨진 나무문을 하나 열었을 뿐인데
과거 어느 시점에 온 듯한 옛스러운 풍경에
한동안 공간에 눈을 떼지 못한다
마치 이 공간에 차있는 손님들마저
오브제의 역할을 하는 듯한 착각까지 드는 기분
옛스러움, 멋있음, 만족스러움이 든다
서촌 커피한잔은 숯불로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
커피에 숯 향이 담기는 특징이 있다
일명 '숯불로 커피 볶는 집'이다
때문에 서촌 커피한잔에 들어가 보면
코 끝에, 옷깃 끝에 향이 가득 배긴다
웬만한 고급 향수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서촌 커피한잔의 공기에 취할 때 즈음
공간 곳곳 오래된 물건들에 눈길이 간다
커피를 주문해야 하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참 많다
어떤 물건들은 참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저기 위에 있는 커피잔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 소장도 하고 싶고, 선물도 하고 싶은 생각도 들면서
저 잔에 내 커피를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서촌 커피한잔이 참 매력적인 이유
바로 이 LP판의 선율 때문이다
공간 한편을 가득 담아내고 있는 LP판의 풍경과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옛 선율들이
공간에 찾아온 나의 마음에 쉼을 제공한다
커피에 취하고, 향수에 취하고, 선율에 취하고
분명 술을 마신 적이 없는데도
정신은 점점 아득하니 몽롱해진다
마음에 쉼이 찾아왔다보다
서촌 커피한잔의 커피와 다과들
이미 정신적인 쉼에 다다른 나에게
육체적인 쉼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하나하나에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느낌에
숯불 향을 머금고 있는 커피 향에
긴장됐던 내 몸은 어느새 누그러져 있다
편안함을 느끼며 옛 선율에 몸을 맡길 때면
어느덧 시계는 아래로 떨어져 있다
그럴 때면 난 커피한잔에서 아포가토를 주문한다
숯불 향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화
정말 끝내준다
양도 많다
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두덩이 크게 들어간다
서촌 커피한잔을 마무리하기에
아주 만족할만한 메뉴다
그렇게 난 이번에도
커피한잔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쉼을 찾았고, 즐겼고, 떠날 준비를 끝냈다
참 매력적인 공간이 많은 서촌
그중에서도 사직동 이 거리를
혼자, 혹은 좋은 사람과 거닐어보길 추천한다
당신 눈앞에 찾아온 커피 한잔과 그 가게가
그날의 행복한 마무리를 도와줄 것이다
난 오늘도 커피를 마실 때면
이 순간의 숯향과 선율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만큼 이 순간, 매력적이다
- 커피한잔 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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